용비어천가 해석
용비어천가는 새 왕조인 조선 창업의 천명성과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악장으로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최초의 작품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 영웅 서사시입니다.
* 악장 : 왕의 행차나 종묘 제향 등 궁중의 여러 의식과 행사 및 연례에 사용하던 음악의 가사
용비어천가는 총 125장의 형태로 서사, 본사, 결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사인 1~2장에는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본사인 3~109장에는 육조의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이, 결사인 110~125장에는 후왕에 대한 권계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각 장은 2절 4구의 형식을 띠며, 특히 본사에서는 전절(1절)에 중국 고사를 인용하고 후절(2절)에 이와 견줄만한 조선 왕조의 행적 제시하는 대구 형식을 통해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1장>
해동 육룡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이시니.
고성이 동부하시니.
조선의 여섯 용(임금)이 나시어, 하신 일마다 하늘이 내리신 복이시니.
(이는) 옛날 (중국의) 성인이 하신 일들과 다르지 않으니.
서사인 1장에서는 조선의 창업이 하늘의 복을 받아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하여 조선 건국의 천명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선의 창업을 송축하는 작품 전체의 주제를 포괄하고 있는 장이자 2절 4구의 형식이 아닌 1절 3구 형식으로 취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제2장>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않고 솟아나므로, 내가 되어 바다에 이르니.
2장은 다른 장과 달리 한자어 대신 순 우리말을 사용하고, 서사가 아닌 비유와 상징의 방법으로 조선의 무궁한 번성과 발전을 송축하고 있어 문학적으로 뛰어난 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조선의 기초가 튼튼함을 '뿌리 깊은 나무'에, 유서가 깊음을 '샘이 깊은 물'에 비유하였으며, 조선의 무궁한 번성과 발전을 '꽃과 열매', '내와 바다'에 비유하여 송축하고 있습니다.
<제4장>
적인ㅅ 서리예 가샤 적인이 갈외어늘, 기산 올마샴도 하날 뜨디시니.
야인ㅅ 서리예 가샤 야인이 갈외어늘, 덕원 올마샴도 하날 뜨디시니.
(주나라 고공단보께서) 적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살 때, (적인들이 침범해) 기산으로 옮기신 것도 하늘의 뜻이시니.
(조선의 선조 익조께서) 여진족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살 때, (여진족이 침범해) 덕원으로 옮기신 것도 하늘의 뜻이시니.
주나라 공고단보와 조선의 익조가 건국 이전에 적의 침략을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그의 덕을 흠모하던 백성들이 그를 따라갔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4장에서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유가의 이념에 근거하여 태조의 선조인 익조 때부터 이미 천명을 받았음을 드러내어 조선 건국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제7장>
블근 새 그를 므러 침실 이페 안자니 성자 혁명에 제호랄 뵈자바니.
바야미 가칠 므러 즘겟 가재 연자니 성손 장흥에 가상이 몬졔시니.
붉은 새가 글을 물어 (문왕) 침실의 지겟문에 앉으니, 이것은 그 성자(무왕)가 혁명을 일으키려 하매, 하늘이 내리신 복을 보인 것이니.
뱀이 까치를 물어 큰 나뭇가지에 얹으니, 이것은 성손(태조)이 장차 일어나려 하매 그 좋은 징조가 먼저 나타난 것이니.
전절에서는 주나라 무왕이 나라를 건국하기 전, 그이 아버지인 문왕에게 하늘이 계시(붉은 새가 글을 물어 옴)가 있었음을 제시하고, 후절에서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 그의 할아버지인 도조에게 상서로운 징조(뱀이 까치를 물어 옴)가 있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선의 창업은 이전의 선조 때부터 이미 천명으로 정해진 일이며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당위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48장>
굴허에 마랄 디내샤 도자기 다 도라가니 반 길 노핀달 년기 디나리잇가.
석벽에 마랄 올이샤 도자갈 다 자바시니 현 번 튀운달 나미 오라리잇가.
(금 나라 태조가) 골목에 말을 지나게 하시어 도둑이 다 돌아가니, (그 높이가) 반 길 높이라 한들 누가 지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이 태조가) 석벽에 말을 올리시어 도적을 다 잡으시니, (그 높이에) 몇 번을 뛰어오르게 한들 남이 오를 수 있었겠습니까?
금 나라 태조가 도적을 피하기 위해 말을 타고 한 길이 넘는 언덕을 뛰어넘었듯이, 조선의 이 태조가 높은 석벽에 말을 단숨에 올려 도적을 잡았음을 드러냄으로써 태조의 초인적인 능력을 강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태조가 새 왕조인 조선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뛰어난 영웅적인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125장>
천 세 우희 미리 정하샨 한수 북에, 누인 개국하샤 복년이 갓업스시니.
성신이 니자샤도 경천 근민하샤자, 더욱 두드시리이다.
님금하, 아라쇼셔. 낙수예 산행 가 이셔 하나빌 미드니잇가.
천 년 전 미리 정하신 한강 북쪽 땅에, (여러 대에 걸쳐) 어진 일을 쌓고 나라를 여시어, 나라의 복이 끝이 없으시니,
(그래도) 성스럽고 신령스런 임금이 왕위를 이으셔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위하여 힘쓰셔야, 나라가 더욱 굳건할 것입니다.
임금님이시여, 아소서. (하 나라 태강왕처럼) 낙수예 사냥 가서 할아버지(우왕)의 공덕만을 믿었던 것입니까?
125장은 2절 4구의 다른 장과 달리 3장 12구의 형식을 보이는 장으로 후왕에 대한 권계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절에서는 선조가 덕을 쌓아 한양에 조선을 개국한 후 그 복이 끝이 없음을 드러내면서도 2절에서는 이렇게 선조들이 기초를 잘 닦아 태평한 나라를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다스려야 됨을 권계하고 있습니다.
이어 3절에서는 정사를 게을리하다가 왕위에서 쫓겨난 하나라 태강왕의 고사를 인용하여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천근민의 자세로 올바른 정치를 해나갈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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